흔히 진화를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하는데, 인류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그 공식이 좀 달라진다.
육식의 자존심을 반납하고 인간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뼈다귀 하나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완료. 잡식성 하이브리드로 진화하며 인간의 서열 문화를 통째로 받아들였다.
인간을 보면 반갑다고 다가왔고, 몸엔 기름이 가득했고, 고기 맛도 훌륭했다. 선원들이 살아있는 채로 불 속에 던졌는데 몸에 기름이 많아서 불이 잘 붙었다. 실화다.
원래 말의 고향은 아메리카인데, 베링 해협을 건너온 인류가 탈것이 아니라 스테이크로 인식해버렸다. 도망갈 줄을 몰랐고, 미래 가치를 깨닫기 전에 싹 다 파먹혔다.
가축화된 개였다가 야생으로 튀어서 5천 년간 늑대 코스프레. 나름 야성을 쌓았는데, 들개들과 교배되면서 수천 년 쌓은 야성이 단 한 세대 만에 '개'로 리셋되는 중이다.
4억 년 동안 멸종 안 당한 비결: 인간이 먹어보고 "우웩, 고무 씹는 맛이야"라고 소문을 낸 것. 아미노산 구조 자체가 인간 소화 기관이랑 안 맞게 되어있어서 맛집 리스트에서 영구 제명됐다.
복종한 것도 아니고, 진화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 농사를 짓자 쥐가 꼬였고, 쥐를 따라 고양이가 왔고, 그냥 눌러앉았다. 인간이 가축화한 게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한 거다.
| 전략 | 케이스 | 결과 |
|---|---|---|
| 서열에 복종 | 늑대 → 개 | 지구 정복 파트너 |
| 맛없게 진화 | 실러캔스 | 4억 년 생존 |
| 친절 + 맛있음 | 큰바다오리 | 불쏘시개 + 이름 반납 |
| 타이밍 미스 | 아메리카 말 | 스테이크 |
| 가출 시도 | 딩고 | 한 세대 만에 리셋 |
| 룰이 달랐음 | 고양이 | 주종관계 불명확 (현재 진행형) |
결국 인류 등장 이후의 생존 공식은 이렇다.
서열에 복종하거나, 맛없게 진화하거나.
친절한데 맛있으면 그냥 땔감이다.
단 고양이는 예외다. 걔넨 그냥 처음부터 룰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