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영업자 비율은 OECD 최상위권입니다. 이 숫자가 뜻하는 건 간단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식당을 열고, 그만큼 많은 식당이 망한다는 겁니다. 살아남은 집들은 운이 아닙니다. 한국 소비자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가 검증이죠.
그 소비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서워졌냐. 선진국화가 되면서 해외여행 경험이 쌓였습니다. 일본 가서 라멘 먹어봤고, 이탈리아 가서 파스타 먹어봤고, 대만 가서 우육면 먹어봤습니다. 비교 기준이 생긴 소비자는 무섭습니다.
"그냥 맛있다"가 아니라 "현지보다 낫냐 못하냐"로 평가하기 시작한 거죠. 공급자는 살아남기 위해 수준을 올려야 하고, 소비자는 경험치가 쌓이면서 눈높이가 올라갑니다. 이 두 개가 동시에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가 뭐냐. 일식보다 잘하는 일식집, 중식보다 잘하는 중식집, 현지보다 나은 커피. 원산지를 역전하는 한국식 재해석이 반복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중식이랑 일식이 잘 안착한 데는 지리적 이점도 있습니다. 동북아 3국이라 식재료가 겹치고 입맛 베이스가 비슷합니다. 근데 장벽이 낮다고 수준이 저절로 올라가진 않습니다. 그 안에서 경쟁으로 끌어올린 건 결국 시장의 힘입니다.
일본 라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잇푸도가 2011년 강남에 직접 들어왔다가 2016년에 철수했습니다. 일본에서 줄 서던 집이 한국 소비자 앞에서 5년 만에 무너진 거죠. 흡수하고 경쟁하고 역전하는 구조가 시장 안에 내장된 겁니다.
"잘하는 집은 잘하지만 평균은 현지만 못하지 않나?"
맞는 말입니다. 근데 핵심은 평균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10년 전 한국 라멘집이랑 지금 한국 라멘집은 다릅니다. 베이스가 올라가는 중이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커피는 매니아 문화 아닌가? 스페셜티 잘한다고 일부 얘기 아닌가?"
예전엔 스페셜티 카페는 매니아들만 찾았습니다. 지금은 일반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원두 종류 고르고 추출 방식 고릅니다. 매니아 문화가 대중화된 겁니다.
강국을 만든 시스템이 개인한테는 생존 게임인 거죠.
무서운 시장이 강국을 만들고, 그 강국의 시장이 또 누군가를 무섭게 만드는 겁니다.